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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뻘글

좀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싶다.

그간 일이며 교육이며 뭐며 하도 설레발치고 다니다 감기에 걸렸다.

 

도시에서 이렇게 난리를 쳐댔다면 아마 안팎으로 정신사나워서 정신분열 걸렸을지도 모른다.

 

내 시골생활은 왜이렇게 다이나믹한지 모르겠다. 항상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고 항상 뭔가를 기억하고 있어야 하고 늘 다음 일이 대기하고 있고... 여유 비슷한 것도 없다니, 이건 내가 바라던 바가 아니다.

 

벌써 남친과도 못만난 지가 꽤 되어가고 있다.

 

(출처 : 영문 위키피디아)

 

나는 딱히 여행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바다가 문득 보고싶다거나 들로 산으로 훌쩍 떠나고싶다거나 그런 기분도 별로 안 든다.

 

그렇다고 외로움을 타는 편도 아니고... 히키코모리가 그렇지뭐.

 

단지 휴식이 필요하다. 어디로 짐 바리바리 싸들고 가는 그런 거 말고, 그냥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싶다. 장소는 고령 안 어디라도 상관없다. 멀리 가고싶지도 않고, 미숭산 자연휴양림에 가고싶긴 한데 거기조차 멀어서 못 가겠는데다 짐 쌀 생각을 하니 그조차도 버겁다.

 

아무래도 일을 좀 정리해야 할 것 같다. 여태 너무 방만하게 일을 벌여오기만 한 듯한 느낌이 든다.

 

일단 내가 속한 단체가... 고령 정보화농업인회, 고령 귀농인회, 고령 대가야 로컬푸드 협동조합, 고령 블로그 기자단, 고령 문인회, 고령... 뭐더라. 식품 제조해서 판매하는 사람들의 단체 등등 내가 생각해도 방만하긴 방만하다.

 

근데 여기다 고령 기타 동호회까지 들고싶고 헬스도 다니고싶다. 여태 못 했었는데, 대가야 문화누리를 스쳐지나갈때마다 나는 언제 시간나서 헬스 좀 해보노 하고 맨날 아쉬웠었다. 김귀늠님이 기타를 멋드러지게 연주하시는 걸 볼때마다 나도 기타 ㅠㅠ 하고 부러워했었다.

 

그러고 보니 원래 문화생활을 많이 즐기는 편도 아니고 혼자 책이나 읽고 조용히 방구석에서 곰삭는 타입인데 고령에서는 묘하게 많은 활동을 했었다.

 

그게, 사람들하고 일단 친해져버리고 나니까 자꾸 단체에 가입하게 되는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이제 정리하고 탈퇴하고싶은 생각이 별로 들지는 않는다.

 

하지만 식품제조회사와 병행하려고 하니 이게 좀체 수월하질 않다. 어떡해야 할까...

 

일단은 감기 핑계를 대고 그냥 당장 닥친 필요한 것들만 깔짝깔짝... 이라고 하면 여태까지랑 다를 것도 없잖아! 쉬질 모태!

 

할 일을 리스트를 만들어 적어봤더니 그것도 엄청나게 길고...

 

플랭클린 플래너 같은 거라도 사야 하나? 그러면 뭐가 좀 정리가 될라나?

 

아무튼 이젠 좀 뭐든 쉬엄쉬엄 하고싶다. 누구 말마따나 나는 이미 지쳤는데도 지쳐가고 있는 중인거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