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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뻘글

로우파이 지향형 인간이 SDAT 에 대해 늘어놓는 포스팅

재패니메이션 + 사골 하면 누구나 떠올리는 그 컨텐츠에 나오는 소품에 대한 얘기가 맞다.


나는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CD플레이어->MD플레이어... 에서 꽤 큰 텀을 두고 mp3p로 넘어갔다. 



(내가 쓰던 엠디. 더럽게 오래썼다. 나중엔 귀퉁이가 다 닳아빠짐 ㄷㄷㄷㄷㄷ)


그리고 소니빠였다... ㅠㅠ


미디어간의 음질차이? 그런거 못느낌. 이어폰은 무조건 당대 최고 저음괴물들만 사용했고, 거기다 베이스 부스터까지 최고치로 올려놓은채로 들었으니 그런 미세한 차이 따위를 느낄 수 있을 리가...;;


저음역대가 다른 음역대 다 잡아먹고 곤죽이 된 사운드를 꾸준히 지향하고 있으니 하이파이에 대한 기계적인 관심만 있었을 뿐, 하이파이로 넘어갈 수 있을 만큼의 안목은 먹고 죽을래도 없었다.


음악 취향이 더러웠던 탓도 있다. 개러지 사운드, 시애틀 그런지 따위가 유행하고 데모 테입 수준의 막장스런 기술수준으로 녹음된 앨범이 갑자기 메가히트를 치는 사례가 우수수 쏟아지던 90년대 중반쯤에서 내 음악취향은 고정되버렸다. 이래서 사람은 첫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


그래도 음향기기에 관심은 많았었는데 그 관심이 또 지극히 포터블에 집중돼 있었으니 그게 훌륭한 진입장벽이 되었다. 어린 나이에 체력이 멸망한 나머지 선생님에게 맞아가면서까지도 무겁답시고 교과서를 무려 네 조각 내버리는 인간이, 휴대용 앰프와 방한용 귀마개같은 헤드폰 따윌 이고지고 다닐 리가 없다.


실은 MD 플레이어에서 DAT로 넘어갈 뻔 했던 시기가 있었다. 막귀 여부는 고사하고, 저음 빼고 죄다 황천가버린 정줄놓은 취향을 갖고 있었던 주제에 방송용 녹음장비로서 빠방한 용량을 자랑하는 DAT의 위용과 간지를 체험해보고싶었던 탓이다.


물론 그 계기는 포터블 음향기기에서 최고의 완성도를 뽑아내던 소니에서 거대한 DAT를 무려 포터블 워크맨 형태로 만들어버리는 미친 행보를 보이면서 시작되었다. 다시 말하지만 뭐든  작은 것만 찾는 성격땜에 포터블이 아니면 눈길도 안준다. 


아래는 내가 사려고 눈독들였던 dat들.

출처 : 워터마크 보셈


출처 : commons.wikimedia.org

걍 기기덕후+허세스런 욕심의 조합땜에 탐냈던 거 치곤 꽤 진지하게 중고매물을 수시로 살펴댔었다.


그래서 애니에서 이걸 발견한 내 반응은 


구라 쪼금 보태서 진짜 깜놀점프로 지붕뚫을 기세였음.


묘한 건 다들 SDAT를 그냥 애니에서 설정상으로만 나오는 포맷의 음향기기로 생각하는거같았다. 누구하나 DAT 포맷에 대해서 코멘트를 하는 걸 본적이 없다. 아니 도대체 왜???


는 너같은 오덕색히 빼고 그딴거 다들 관심 ㄴㄴ라서 당연한거 ㅋ


(실존하는 물건이랑 여러 부분에서 좀 다름)


나는 삽시간에 요렇게 유추를 했다. 이게 나오던 당시에 엠피삼 포맷이 잇엇는지 없엇는지 몰겟지만 어쨋든 그땐 엠피삼 플레이어따윈 없었다. 엠디도 있었는지 없었는지 모르겠다. 여튼


카세트테이프에서 시디로 매체가 바뀌면서 비약적인 음질 향상이 있었고


배경이 근미래인 만큼, 기술의 발달로 시디보다 더 음질이 끼깔난다는 무려 방송용 매체를 대중이 이용하게 된 머 그러한 상황이구나. 테잎에서 시디로 넘어갔으니 시디에서 DAT로 넘어가는 게 당연하지!


야, 얘네 쩐다. 내가 상상했던 거랑 똑같네. 완전바람직하네. 이 애니 더 볼필요도 없다. 짱짱맨이다. SDAT이 등장한 시점에서 다른 애니 다 발랐다. 닥치고 찬양하자!


-_- 근데 현실은


포터블 DAT의 시세는 중고가격이 40마넌 이하로 기어내려올 줄을 모르고, 미디어도 개비싸고 대중화는 커녕 하도 듣보라서 그나마 매물도 별로 없고 방송쪽 인간도 아니면서 이걸 아는게 오히려 이상한 놈 취급받을 기세고 여자애가 마니악한 엠디플레이어 갖고있는것도 꽤나 이상하게 보여져서 버스에서 꺼내기 좀 눈치보이던 판이었다;; 미디어 갈아낄 때 등 뒤에서 울려퍼지던 저기 뭐고? 소리를 잊을수가 없...ㅠㅠ 


뜬금터지게도 저질 엠피삼 포맷(물론 압축률에 따라서 웨이브파일급 사운드도 만들어낼 수 있지만 다들 곡 당 5메가 안팎인 걸 좋다고 막 들음. 물론 나도 싱나게 들음;;) 이 막 갑자기 확 떠가지고는 이걸 재생하는 기기가 턱 나오질 않나 애플에서 실컷 까대다가도 돈되겠다 싶으니 낼름 달라들어서 아이리버가 기껏 벌여논 판을 다 접수해버리질 않나...


DAT의 대중화를 믿고 하염없이 기다려오던 나는 걍 뻘쭘해져서 md를 들으며 시간만 질질 끌다가 듣보 회사에서 나온 초소형 엠피삼을 하나 샀다.


아이리버 삼각형 디자인은 도저히 좋아해줄 수가 없었고

출처 : wikimedia.org


아이팟은 대박 비싼데다 이걸로 해골도 두쪽내겠구나 싶을 정도로 벽돌이라 갖고싶은 맘도 안들고 이땐 애플이라면 파워맥땜에 완전 정나미 다 떨어져 사과마크만 봐도 멀미가 날 지경이라 아이리버보다 더 작았어도 안 샀을 것이다. 당시엔 맥 유저들조차도 잘 모르던 잡스가 완전 나한텐 미운털 제대로였지;;;; 잡스가 파워맥에서는 아범규격과의 호환에 신경써줄거라고 멋대로 믿은 내가 등신이었다.


근데 정작 독자규격 부심 부리다가 똥망한 건 내가 빠질했던 소니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정작 지금의 맥은 인텔시퓨를 쓰고 앉았고 모토롤라는... 아 진짜 타로카드짝 암만 두드려봤자 세상 돌아가는 건 항상 상상초월함. 몰라 다미워 ㅠㅠ 암드빼고

출처 : www.tarot5.cn


하염없이 길어서 지혼자 매듭에 줄꼬임에 단선에 생난리를 치는 이어폰 대신 소리도 모양도 단촐한 블루투스 이어폰을 사용하고


스마트폰에 노래를 꾸역꾸역 막 닥치는대로 쑤셔넣을 수 있는 지금에 와선 DAT 따위 그냥 한 때의 꿈 같은 거였지만


...이제 와서 신극장판에서 왜 또 기어나옴?


무려 원래 아빠의 것이었다는 설정까지. 그럼 무지 오래된 물건이네. 그 세계관에서의 DAT는 대중화된 물건이었을까? 아니면 어려운 첼로곡같은 것도 막 아무렇지않게 휙휙 켜대는 무적의 파일럿께서는 품위돋게도 클래식을 듣는 터라, 음분리능력이 탁월한 고가의 미디어가 꼭 필요했던 탓에 아빤 싫지만 득템은 해야 해서 아빠가 버린 걸 주워다 사용한걸까? 


근데 이어폰은 왜 평범한거지? DAT정도의 물건을 들을거면 뱅앤올룹슨이나 하다못해 888(소빠라면 888;;) 정도라도 껴줘야 하지 않나?


애초에 아빠한테 돈이 무지막지하게 많으니 그런 잘 볼 일도 없는 고가의 장비를 아빠가 아무렇지도 않게 쓰다 버린... 어라, 글고보니 얘 무려 재벌 2세보다 더 파워쩌는 무려 유엔 산하 거대 특무조직 간부의 자식이네.


하도 애가 패기고 숫기고 없고 평범남 코스프레를 최선을 다 해 죽을동 살동 해대서 여태 눈치 못챘었다. 이걸 이제사 생각하다니 대체 뭘 본거여;;;;


여튼 아직도 포터블 DAT가 갖고싶다.


요즘은 방송국에서도 디지털 장비로 녹음하고, DAT 같은 거 안 쓰는 모양이지만. 그냥 DAT은 이제 데이터 저장용 스토리지로만 사용되는 것 같다. 그나마도 수요가 점점 주는 것 같기도 하고.


이젠 폰이 엠피삼 플레이어도 먹어버려서 그나마 포터블 음향기기 시장은 통째로 홀랑 연기처럼 날아가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때나 지금이나 내 귀에는 이어폰이 늘 한자리 차지하고 있다.


내가 썼지만 아오 덕내 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