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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촌 장마을에 대해

담촌 장마을의 탄생배경 02

할 말이 많다 보니 이것도 시리즈물이 되어가고있다... 어차피 철저하게 내 꼴리는대로 운영해나가기로 마음먹은 거, 이 타이틀로 어쩌다보니 지루한 게시물을 백개쯤 올리고 있더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해도 무조건 밀고나간다 ㅋ 어차피 조회수따위 포기했다!!!! ㅋㅋㅋㅋㅋㅋ 


우선은 엄마 얘기부터 다시. 

내가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을 전전하고, 병을 얻어 다시 대구에 내려오고 하는 내내, 엄마는 뭔가를 연구하고 구상중이셨다. 


처음의 기획은 이렇게 거창한 기업체 어쩌구를 설립한다는 개념의 것이 아니었다. 그냥 소소하게, 엄마 스스로가 가진 요리기술을 살려 장류를 만들어 팔 수 있다면 좋겠다 정도로 생각하셨었다.


근데 먹거리를 판다는 게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정도가 아니라, 알면 알수록 스케일이 어마어마하게 커져갔다.

그래도 엄마는 포기하지 않으시고 계속 여러가지를 계획하고 준비하셨다.



(당시 엄마를 도와보겠답시고 개발새발 디자인한 청국장봉투에 붙일 라벨이미지. 저걸 위해 사진도 열라 많이 찍었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 때, 우리 식구중 누구도 식품제조신고 같은 걸 하지 않으면 안된단 사실 자체를 몰랐었다 ㄷㄷㄷㄷ 디자인도 귀엽기만 하지, 뭔가 많이 어설프고 전통식품과도 안 어울리는듯;)


안으로는 물려받아 이미 가지신 장 제조기술을 활용해 이것저것 시험하고 연구하고 공부하셨고,

밖으로는 장을 담그기에 적당한 장소를 물색하고 계시면서 한편으론 장담그기를 포기한 이웃분들의 장독대를 모으셨다.


그리고 연고지라곤 없는 이곳 고령에, 결국 적당해뵈는 집을 하나 사셨다.



(본격 적당해뵈는, 그러나 손댈 거 척 봐도 엄청나게 많아뵈는 집.jpg)


하지만 식품제조판매라는 게 그저 적당한 장소에서 물건만 열심히 만들면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엄마는 다니시고 공부하시는 동안 깨달으셨다.


제조허가가 필요하고, 위생적인 제품제조공정을 위한 공장이 필요하며, 경영, 마케팅, 회계라는 걸 해야 하고, 개인의 재력이나 자원으로는 도저히 따내기가 불가능한 여러 인증을 받기 위해 어쩔수없이 여러 지원사업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직접 부딪치면서 느끼셨다.


전원생활에 대한 아주 약간의 환상과 여태 해본 적 없는 완전히 새로운 일에 도전해본다는 두근거림, 엄마아빠와 같이 지내고싶다는 불순한 동기 등이 결합해서 나의 귀농이 결정이 되었다. 엄마 혼자서는 해나가기 힘든 경영 전반에 관한 모든 것을 내가 책임지기로 한 것이다. 


다니던 회사의 사장님을 설득하고(다행히 사장님 역시 전원생활과 건강식품 등에 대한 관심이 출중하셨던 분이시라 내가 하고자 했던 걸 깊이 이해해주셨다), 막상 퇴사를 결심하자 늘 붙박이처럼 지키고 있던 회사내의 내 공간, 그간 살아왔던 다 찌그러져가는 휑뎅그렁한 한옥집, 같이 동고동락을 함께하던 직원들이 눈에 밟히기 시작했다. 


이미 포화상태라는 전통 장류시장에 뛰어들어, 그나마도 수요가 앞으로 줄어갈 게 뻔한 제품군의 제조와 경영에 내가 과연 이것들을 다 버리고 뛰어들어야 하는가 하는 고민을 잠깐 했다. 길게는 안했다. ㅋ


자리를 잡아 프리랜서 생활을 하면 어차피 다시 만나게 될 사람들이고, 정붙여왔던 공간은 새로운 곳에 다시 처음부터 쌓아올리면 되는거고, 지금은 엄마를 돕는게 급선무라고 생각했다.


틈새시장을 만들어나가고, 제품을 새로운 소비자 트랜드에 맞춰 개량해나가고 해가면서 끝까지 궁둥이 붙이고 버티는 놈이 이기지 않겠는가, 그럴려면 소득없는 기간을 버티기 위한 최소한의 유지비용이 필요할테고 그 때 내가 하는 일과 아버지가 아직 은퇴하지 않고 여전히 하시고 계신 일로 어떻게든 해보면 뭐든 되지않겠는가 하는 대략의 계산이 나왔다.


솔까, 시골에서 소소하게 운영해나가는 가족 기업이라는 거에서 그렇게 로망이 느껴지더라 ㅋ(막상 해보니 하도 복잡하고 거창해서 '소소' 비슷한 것도 없더라만은!!!)



거기다 시골에 새로 산 집... 거실 섀시를 통해 눈앞에 펼쳐져보이는 풍경이 압권인, 이 집. 막상 살아보니 불편하고 개량해야 하는게 한두가지가 아니었지만 당시엔 그림같고 별장처럼만 느껴지던 이 집이 무척 맘에 들었다.


젊은 사람들 정서로는 이해하기 힘들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 집에서 나이드신 부모님과 살고싶었다. 그리고 부모님의 마지막 꿈을 이뤄주고 그걸 물려받고싶었다.


이해가 안간다면 패스 ㅋ 사람마다 추구하는 건 다 다르니깐 ㅋㅋㅋㅋ


아무튼 이 시리즈물은 당분간 계속될 모냥이다. 그런 불길한 예감이 든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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