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한달 전쯤부터 우리 마을에 못보던 개들이 출몰했다.
(작년에 길렀던 황구. 산책을 많이 다녀주지 못한 게 후회됨)
두어번 다리를 거쳐서 담당자와 연결이 되었다. 포획까지는 어려우니 일단 마을측에서 개를 잡아놓으면 데려가겠다고 했다.
내가 포획을 하기로 맘먹고, 그제서야 그 개를 자세히 보게 되었다.
(이것부터 시작해 뒤에 나오는 사진들 다 포획한 뒤 보호소에 가기 직전에 찍은 사진임)
그동안 사람들이 하도 야단을 쳐대서 그런건지, 나에 대해 경계를 풀지 않으면서도 나만 나타나면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니다가 내가 돌아서면 움찔해서 먼발치에서 짖어대고 또 따라오고 그러는 걸 계속 무시했었는데
유기견 보호소에 가기 전에 적어도 밥이라도 실컷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냉장고를 뒤지니 닭 앞가슴살 캔 같은게 있었다. 그걸 따서 따뜻한 물에 적당히 중탕하고 들고 나가니 기다렸다는 듯이 개가 나타났다.
첨엔 경계하다가 먹을 것을 보더니 환장한 것처럼 달라들며 게걸스럽게 먹고는 텅빈 깡통을 계속 핥아댔다.
많이 굶은 모양이었다. 어차피 이렇게 될 거였다면 그간 밥이라도 좀 줘놓을걸 싶었다.
나는 다시 냉장고를 뒤져서 먹다남은 스팸을 찾았다. 그것도 데워서 갖다주니 역시나 체할까 걱정될정도로 순식간에 먹어치웠다.
좀 쓰다듬어주고 다독거려주고 말을 건네고 했더니 더이상 경계하지않고 품안에 쏙 안겨왔다. 그리고는 내가 마당에서 이것저것 청소하고 정리하기 시작하자 내내 발치를 바짝 따라다녔다.
정리를 끝내고 집으로 들어오는데 얘가 집안으로 막 따라들어와서 거실로 달려갔다. 쫓아내려고 하다가 어차피 곧 갈거 싶어서 그냥 둬버렸다. 개는 내게 마구 매달리고 엉겨붙다가 갑자기 발라당 드러눕더니 배를 드러내놓고 꼬리를 흔들었다.
나는 개의 눈빛에서 저 좀 거둬주세요 ;ㅅ; 라는듯한 인상을 받았다.
자신을 홀대하는 마을에 머물면서 그간 춥고 배고프고 외로웠겠지. 같이 다니던 개 한마리는 굶어죽은걸까. 입맛이 썼다.
다음 끼니때도 그간 못 먹었을 고기나 실컷 먹어라 싶어서 냉동고에서 찿아낸 삼겹살도 렌지에 돌려서 익혀주었다. 역시나 잘 먹었다.
이대로는 정이 들겠다 싶어서 나는 아빠에게 개가 아파하지 않을 만한 끈을 얻어 개를 묶었다. 그리고 유기견 담당자에게 전화를 돌렸다. 포획했다고 하니 이내 담당자가 나타났다. 그리고 잠깐 안본 사이에 개는 어디서 다친 건지, 발톱을 다쳐있었다.
(바지에 뜬금없는 빨간 게 묻어있어서 깜놀했다가 자세히 보니 피로 도장찍은거였음 ㅠㅠ)
이미 자기쪽에선 정을 완전히 붙인 건지, 나만 보면 좋아서 팔짝팔짝 뛰는 놈을 나는 담당자가 타고 온 차에 태우고 문을 닫았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울었다.
담당자는 일단 보호는 하지만 데려가는 사람이 없으면 안락사시킬 수도 있으니 찾는 사람이 있으면 빨리 데려가도록 하는 게 좋을 거라고 했다.
그래서 포스팅을 올린다.
이 글을 얼마나 많은 사람이 보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이 개를 데려가실 분을 찾는다. 나는 개에 대해서 전혀 모르므로, 얼마나 나이를 먹었는지, 상태는 어떤지를 나열할 수 없다. 그냥 사진들을 보고 판단해주길 바란다.
데려갈 마음이 있는 분은 공일공 칠일칠공 사육구일로 연락부탁함. 간절한 맘으로 기다리고 있겠음. 키우진 못해도 조금이라도 짠한 맘이 드신다면 이 글을 퍼날라주시면 감사하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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