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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진지글

제로 칼로리 콜라에 관한 단상

다이어트를 하다 보면 정말 많이 듣는 얘기가 있다.


'난 여자들 진짜 이해가 안되는 게, 피자나 치킨 같은 거 먹으면서 콜라는 꼭 제로칼로리로 먹더라. 애슐리같은 데 가서 살찌는 음식 산더미처럼 먹고는 후식으로 먹는 커피에 살찔까봐 시럽은 안넣는대. 아, 한가지만 하라고. 살을 빼겠대는거야, 말겠대는거야. 실컷 먹을 거 다 먹어놓고 음료는 칼로리 없는 걸 먹으면 그게 대체 뭔 소용이냐고. 고거 하나 달랑 먹으면 살이 도로 빠지나?'


결론을 말하자면, 살을 빼겠다는 겁니다, 넵.


원래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싶어지는 게 사람 맘이듯이, 살찌는 음식을 피해야겠다고 생각하면 되려 온갖 달고 기름진 것들이 머리를 스쳐지나가게 된다.


아예 섬 같은 데로 가버리거나 매 끼니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경제적으로 궁핍하지 않는 한, 슈퍼가, 마트가, 외식업계가, 배달업체가 별의별 고칼로리 음식들을 늘어놓고 유혹하는 걸 원천봉쇄할 길이 없다.


아닌 사람도 많겠지만, 대부분의 다이어트할 필요성을 느끼는 사람들은 먹는 걸 좋아한다. 먹는 걸 좋아하니 살이 찌고, 살이 찌니 살을 뺄 필요성을 느끼는 것이다.


(이미지 출처 : http://vivadaegu.tistory.com/81)


다이어트를 결심하는 순간, 눈앞에 펼쳐지는 장애물들은 이루 셀 수 없이 많다.


일단, 내가 혼자 먹을 수 있는 밥은 알아서 조절해 먹는다 하더라도


회식, 친목회, 동창회, 정모, 번개, 접대, 업무시간에 불쑥 제안되는 사다리타서 돈걷고 간식사오기, 클라이언트나 하청업체 등에서 방문할 때 들고 오는 간식들, 제사, 이웃들이 나눠주는 음식들, 식구들이 모처럼 맘먹고 사들고 들어오는 간식 등등 다 나열하기도 힘들 만큼 많은 장애물들이 어디선가 자꾸 갑툭한다.


나같은 경우엔 다이어트를 할 때 게으름의 덕을 많이 봤다. -_-;


혼자 때울 수 있는 끼니의 경우, 발효액(효소), 계란, 우유, 한두개의 과일, 생오이, 야콘, 양배추, 삶은 호박이나 고구마, 브로콜리, 저칼로리 시리얼, 견과류 등, 조리고 뭐고 대부분 그냥 껍데기도 안 벗기고 대충 씻어다 바로 입에 넣기만 하면 되는 것들을 사다놓고 드레싱이고 나발이고 없이 우적우적 먹곤 했다. 써는 것조차 귀찮아서 통째로 먹었다. 게으름도 이쯤 되면 상줘야 함.


나름대로 영양의 균형을 생각해서 적당히 다른 비슷한 것들을 로테이션시키긴 했지만 그것조차 귀찮아 되는대로 먹을 때도 많았다. 한 끼의 잘 차려진 식사 같은 건 귀찮아서 엄두도 안났다. 탄수화물이 지나치게 부족하다 싶으면 발효액의 양을 늘이거나 시리얼을 좀더 먹거나 했다.


근데 다 치우고 운동이 짱임. 몇 개월 헬스장 다녔더니 체중은 거의 그대로인데 전신이 센티미터 단위로 현저히 슬림해지면서 컨디션 짱짱 좋아짐. 걍 신경안쓰고 먹을거 다 먹으면서 운동하는게 가성비 짱먹음.


그렇게 운동과 식이조절을 하다가 위에서 나열한 회식, 친목회, 접대 어쩌구 등등이 닥쳐서 외식할 수 밖에 없는 날이 오면 그 날이 포식하는 날이 되어버린다.


가끔 한번씩 그렇게 잘 먹어주지 않으면 욕구불만이 누적되서 나중에 더 큰 폭식으로 돌아오곤 했다. 일주일에 두어 끼 정도는 푸짐하게 먹어준다고 해서 한 큐에 갑자기 살이 불어나지는 않는다, 적어도 몇 끼니를 되풀이해야 체중증가가 시작된다는 뉴스기사를 믿고 그 날 만큼은 벨트 끌를 각오로 먹었다.


하지만 그런 순간에도 '이래도 되는건가?' 싶은 일말의 불안감이 얼핏 고개를 들곤 하는데, 바로 이런 순간이 그 '얄팍하게나마 불안감을 달래주는' 제로칼로리 코크나 시럽과 설탕이 없는 커피가 필요한 때인 것이다.


돼지처럼 우겨넣는 주제에 음료만 그런 걸 먹는다며 구경하는 입장에선 굉장히 우스꽝스러워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이어트를 하는 입장에서는, 평소 식이조절을 할 때도 먹던 제로칼로리 음료를 포식할 때 굳이 고칼로리 음료로 교체할 이유가 없다. 이미 입맛이 칼로리가 없는 음료에 길들여져서 푸짐한 음식과 함께 먹어도 위화감이 없으니까.


만약 평소에도 늘 그만큼의 고칼로리 음료를 먹는다면 체중조절에 많은 애로사항이 꽃필것이다. 


그리고 아무리 그날 포식한 음식의 칼로리가 높다 해도 거기에 고칼로리 음료를 하나 더 쓸데없이 플러스시킨다는 건 굳이 심리적인 장벽을 운운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비합리적인 일이다.


한 끼에 1000킬로칼로리나 하는 무시무시한 식사를 하고 제로칼로리 코크를 곁들이는것과 

똑같이 1000킬로칼로리짜리 식사를 하고 거기에 또 100킬로칼로리를 플러스시키는것에

유의미한 차이가 전혀 없는 우스꽝스러운 일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가?


대충 손에 잡히는걸로 얼렁뚱땅 생식만 하다가 갑자기 한번에 소나기 음식을 먹는 행태 자체는 솔직히 꼴사납단 소릴 들어도 할 말 없다. 이따위 식습관이 건강에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 솔직히 몸한테 미안하다. 특히 췌장한테 미안하다 ㅠㅠ


하지만 하고싶은 대로 매끼 폭식했다간 그땐 미안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목숨이 위태로워진다. 


그렇다고 눈앞에 먹음직한 음식이 놓여있는 상황에서 폭발하는 식욕을 제어할 길은 없고... 이 거지같은 딜레마 사이에서 챗바퀴를 도느라고 고칼로리 음식+제로칼로리 음료의 괴상한 조합이 탄생하는 것이다. 비웃지 말고 따뜻한 눈으로 지켜봐주자.


아몰라. 다 관두고 운동하세요. 운동 짱. 삶의 질이 달라짐. 짱짱짱.


아참참 글고 시골 살면 저절로 다이어트됨. 굳이 다이어트에 신경쓸 필요따위 없음. 시골 와서 몇 달 안 지나서 살 다빠짐. 오히려 신경안쓰다간 너무 많이빠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