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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진지글

오늘은 내 생애 최고로 쪽팔린 날 탑3 안에 들어가는듯.

너무 쪽팔려서 감당이 안되는 나머지 리플렛 깨작거리며 현실도피중이지만



바로 아까 일어난 일인데 그렇게 쉽게 잊혀질 리가 없다.


고단한 저녁시간, 삼삼오오 모이신 교육생분들에게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다. 뭐라고 변명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내얼굴에 침뱉는 이런 포스팅을 해도 괜찮을까 싶지만


어차피 여기서조차 점잔뺄려고 생각했었다면 다시 블로그 시작하지도 않았다.


해서 나열해봄. 나 자신 뿐 아니라 타인에게까지 폐끼치고 장렬하게 똥망한 오늘하루의 개삽질 일대기 ;ㅁ;


강의를 위해 야심차게 마련한 a2 사이즈 잉크젯프린터는


마지막 강의인 오늘까지도 결국엔 나에게 빅똥을 주고 말았다. 헤드 썩을놈이 인식조차 안돼! 딴 걸로 바꿔껴도 안돼! 뭘 해도 안돼!


(이 사진에 뵈는 기계들 죄다 한번씩 고장... 내가 살 수가 없다...)


...내 잘못이 없었다곤 말 못하겠다. 인식이 안되서 해본 온갖 삽질이 헤드를 도리어 점점 더 요단강에 한없이 가깝게 다가가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억울하다. 원통하고 분하다. 요즘의 나는 대체 무슨 마가 꼈기에!


뽈뽈이 고장에 기름보일러 대란에 기존에 쓰던 레이저 프린터 오작동에 모니터 난동에 아빠 컴에 달아준 ssd가 뽀작이 나고 내 서브컴이 먹통되고 다른 건 뭐 기억도 안 날 정도고 이제 뭐냐 뭐 아직도 고장날 게 더 남았냐


아니, 말이 씨될라. 그냥 입다물자. 요즘 진짜 기계 고장->고치려고 삽질->안고쳐져서 몇날며칠 불편->돈느님의 위력->그래도 안됨->수리를 위해 또삽질->돈느님 황천->결국 고쳤지만 맘고생 몸고생 돈깨짐의 무한테크트리를 몇번을 탔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내가 고장나줬지! 예아! 그거슨 역발상!


결국 내 프린터로 출력하는 건 포기하고, 하필 뭐같이 추운 오늘 교재 프린팅할려고 여기저기 허대고 다닌 게 실수였던 건지


하루종일 밥이 입에 들어간건지 만건지도 까먹을만큼 계속 정신사납게 일만 했던 게 화근이었는지


이래저래 뭐가 잘 안 풀려서 신경이 곤두선게 문제였는지 모르겠는데


수업시작하고부터 하필 오늘따라 혀가 마구 꼬이고 허둥지둥하고 나쁜 말버릇 나오고 혼자 생 난리였음.


그러다 간식시간에 문득 내가 오늘 할종일 암것도 못 먹었다는 걸 깨닫고는 양껏 우겨넣고 힘내야징 하면서 남은거 다 먹었다.


근데 엄청난 과식을 한 것도 아니고 체한 것도 아닌데 간식시간이 끝나고 정신 못차림.


계속 어지럽고 식은땀나고 숨이 가쁘고 그러다가 결국 주저앉았다. 급기야 손발 막 저리고 소리 안들리고 뭐 그랬음.


도저히 안되겠길래 잠시 안정을 취하러 강의실 밖으로 나갔다가 난데없이 울렁거려서 강의실 입구에 토를 뿜뿜했... 아 나 더 못쓰겠엉 ㅠㅠㅠㅠㅠㅠ


먹은 게 잘못된 게 아니라, 원래 자주 멀미 비슷한 증상을 겪는 편인데 순간을 못 참아서 일어난 참사였다.


심지어 토사물을 내가 수습한 것도 아냐! 와! 진짜 뭐냐! 미친!


근데 진짜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오늘이 마지막 수업인데, 그걸 이따구로 망쳤다는거. 수업을 재개하려고 했지만 사람들이 전부 만류했다. 할 거에요! 말리지 마세요! 하고 좀더 강경하게 나갔어야 했는데


가 아니라 자기관리 허술하단 걸 최악의 형태로 만인에게 광고한 셈. 이쯤되면 쪽팔린 게 문제가 아니다.


토 싸질르고 나서 슥 닦고 '자, 수업을 재개해볼까요?' 라고 한들 수습할 수 없는 사태에 직면한 것이다.


한심하고 죄송하고 기가 막히고 얼척없고 그런것도 도를 지나치니까 현실감각 상ㅋ실ㅋ


나는 반쯤 정신이 나간 채로 이걸 어떻게 만회해야 하나 머리를 굴려봤지만 답도 없고 캐리어가 아니라 뭐가 가도 안 될 퀄리티고


팜밀님이 데려다주셔서 작업실로 일단 왔다. 그리고 감당이 안되서 일단 암생각없이 쓰러져 잤다.


심난한 꿈만 잔뜩 꾸다가 새벽에 깨서 팜밀님이 데려다주시면서 나눠준 토마토를 먹었다. 이 와중에 토마토가 뫄이쩡... 좀미친듯ㅋ


그래도 뭐... 너무 쪽팔려서 그대로 죽었지롱, 따위의 결말보다는 두고두고 이불속에서 하이킥하며 반성좀 해야겠다 싶음.


배가 부르니 또 쪽팔림의 뫼비우스 띠에서 헤어나오질 못해서 작업 좀 하다가


차라리 동네방네 다 쪽팔리게 포스팅해버릴까 싶어서 써봄.


자, 여러분! 싱싱한 10년치 놀림감과 떡밥이 여기에 있습니다! 씹고 뜯고 맛보고 즐겨주세여!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