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도마 위에 오를 곡은 화성삼십초의 kings & queens 되겠습니다.
최근에 남친과 헤어졌다.
는 뻥임ㅋ 잘만 지내고 있음. 좀있음 티타늄 커플링 맞추기로 함 ㅋ
얼마전 남친과 극장을 지나치다가 이 노래가 나오길래 뭐징; 햇는데 새로 나온 애니메이션인지 영환지 모르겠음. 암튼 홍보영상에 이 음악이 계속 나왔었다.
듣고 있자니 내가 귀농을 준비하던 때가 생각났다. 그 무렵에 들었던 곡이라서.
사실 그 때 진짜 아무 생각도 없었다. 어느 쪽을 택해도 별로 나한테 큰 손해는 아닌 거 같아서 아 몰라 뭐 아무렴어때 하고 밍기적밍기적 회사다니며 시간만 보내고 있었던 때였음.
당시 부모님이 먼저 귀촌해있었는데, 회사를 마치고 종종 606번을 타고 고령에 가서 하룻밤 자고 다시 출근하거나 토욜에 들어가서 월욜에 출근하거나 했었다.
몇년 전의 봄이었다. 그때도 나는 엄빠에게 놀러가기 위해 606번을 탔다.
따뜻한 날이었지만, 따뜻이고 자시고 황사가 엄청나서 시계가 엉망진창이었다.
한여름의 뭉게구름 속을 파고들어가면 이 정도로 시계가 똥망일까 싶을 지경의 황사였는데, 그 날 이전에도 이후에도 그런 막장스런 황사는 본 적이 없다.
하도 심하니 아예 지구멸망 분위기가 남. 옆나라에 원폭이 떨어져서 낙진이 솟구쳐올랐거나 초거대 화산이 용암을 거하게 싸질러서 가스와 먼지가 전 지구를 뒤덮었다거나 그런 뻥이 돌아다녀도 이상할거같지 않은 날이었다.
이거랑 비슷햇음;; (이미지 출처 : news.dongascience.com)
원래 버스타는거 좋아하는 나는 그러거나 말거나 뽀큐머겅 하면서 쿨하게 이어폰을 꺼냈다. 그리고 창밖에 펼쳐지는 장렬한 카타스트로피적 분위기를 재미지게 구경했다.
그 직전에 마침 폰에다 얼터너티브 락음악 방송에서 건져낸 따끈따끈한 곡들을 마구 우겨넣어뒀었는데, 그게 또 완전 꿀잼이었다. 바람 뭐같이 불고 입안에 모래 입자가 느껴질 정도의 황사 속에서 뭐가 그렇게 신났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그러다가 내가 보고있는 풍경과 섞여 까리한 화학적 반응을 이끌어내는 곡을 하나 찾았는데 그게 바로 화성삼십초의 왕과 왕비들이었다.
(출처 도메인 위엄 보소;;; 나만 이런 생각한 게 아니구나 출처 : http://sojusoldier.com/2010/03/22/the-korean-apocalypse-no-thats-just-yellow-dust/)
나는 이 노래 가사가 뭔 뜻인지 전혀 모르겠다. 게다가 에반게리온이 생각난다.
그리고 크게 좋아하는 타입의 노래도 아니었다. 유투랑 조금 비슷한 느낌도 들고... 원래 유투 별로 그렇게까진 안좋아함. 일단 보컬이 내 취향이 아니고 아니 아무것도 아닙니다. 취존, 취존;; 크흠;;; 유투 깐 거 아니에여 유투 짱짱맨임
근데 그 날 날씨가 하도 괴상했던 건지 평소엔 귀에 잘 안들어오던 화성삼십초의 노래에 세기말적인 분위기가 겹쳐지면서 뇌리에 강한 인상이 남았다.
그리고 고령군이라는 동네에 대해 내가 품게 된 이미지도 거기에다 딱 고정이 되어버렸다. 나는 지금도 고령 하면 가끔 그때의 황사 쩌는 기묘한 풍경을 나도 모르게 떠올리곤 한다. 실제의 고령은 사물이 땡볕에 흐물거리며 삭아내릴 정도로 공기가 지나치게 맑지만.
(지구가 죽었슴다 -_-;;; 출처 : http://www.thetimes.co.uk/tto/news/world/asia/article2535094.ece)
서문시장에서 출발한 606번 버스는 시가지를 점점 벗어나 성산에 들어설 무렵부터는 좀 극단적이다 싶을 만큼 비현실적인 풍경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황사에 매료당했다고 하면 참 뭐랄까, 웃기다 싶은 영역조차 까마득히 벗어나는 괴상한 일이지만 화성삼십초는 그런 얼토당토 않은 일을 가능하게 해 주었다.
문제는 그 후부터. 침투적 사고의 아이팟 버전도 아니고, 이 날부터 얼마간을 쉼없이 나는 개떼처럼 많은 왕과 왕비들의 압박에 시달려야 했다.
뭘 해도 자꾸 왕과 왕비가 머릿속에서 대낮에도 컴컴해질 정도의 황사를 비집고 튀어나오는 통에 일상의 감각이 이상해질 정도였다.
그래도 화성삼십초는 내게 음악의 임펙트를 새삼 깨닫게 해준데다가
비록 내 취향의 수비범위 폭이 숨막히게 좁아서 이대로 질식사하는 게 아닌가 싶을 만큼 바늘구멍같지만, 그래도 다른 음악으로부터 전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건 아니구나(그래봤자 같은 모던락/얼터 장르 안에서 다르면 얼마나 다르다고;;;;;;;)싶어 위안을 좀 얻기도 했다.
그래서 내 취향이 아니었음에도 아직도 가끔 들어보곤 한다. 객관적으로는 좋은 음악이라 생각한다. 물론 그 때의 임팩트가 많이 옅어진 지금에 와서, 나는 이 곡에서 뭔가를 느끼게 되기까지 부팅시간이 좀 걸리긴 하지만 말이다.
참고로 화성삼십초라는 이름은 어디서 '기술이 발달하면 향후엔 화성까지 30초밖에 걸리지 않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고 어쩌고 저쩌고...' 하는 얘기를 밴드 맴버들이 듣고 얼, 간지나네 하면서 걍 대충 갖다붙인 이름. 그런 것 치고는 밴드 이름만큼은 완전 내 취향이네여 ^ㅁ^
암턴 내가 쓰는 그 때 그 음악 시리즈들 중에 가장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을만한 곡이므로, 한번 들어봐도 괜찮을지도.
30 second to mars - kings and queens
Into the night
Desperate and broken
The sound of a fight
Father has spoken
We were the kings and queens of promise
We were the victims of ourselves
Maybe the children of a lesser God
Between Heaven and Hell
Heaven and Hell
Into your lives
Hopeless and taken
We stole our new lives
Through blood and pain
In defense of our dreams
In defense of our dreams
We were the Kings and Queens of promise
We were the victims of ourselves
Maybe the Children of a lesser God
Between Heaven and Hell
Heaven and Hell
The age of man is over
A darkness comes and all
These lessons that we learned here
Have only just begun
We were the Kings and Queens of promise
We were the victims of ourselves
Maybe the Children of a Lesser God
Between Heaven and Hell
We are the Kings
We are the Queens
We are the Kings
We are the Quee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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