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고사농에서 개최하는 블로그교육의 보조강사로 일하고 있는 중인데 서툴러서 좌충우돌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내가 그간 너무 감정적으로 이 일에 대처해왔던 게 아닌가 싶다.
낮에 일하시고 해가 저물 무렵, 주경야독을 위해 모여드는 교육생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소박하게 바랬었다.
그게 욕심으로 변질된 건 순식간이었다.
교육생분들이 품고 계신 배움에 대한 열망은 내 예상을 아득히 초월했다. 일때문에 피곤하실텐데도 하나라도 더 배우기 위해 눈을 초롱초롱 빛내면서 자리를 지키고 계신 모습을 보고 감동받아 숙연해졌다. 여기까진 좋았다.
(유쾌하고 다정하신 교육생분들을 보고 있노라면 피곤한데도, 몸이 아픈데도, 항상 웃음이 절로 나온다. 그래서 미친것처럼 실실 쪼개며 댕김;;;)
나는 내 능력 이상의 성과를 탐내고 의욕만 앞서 자꾸 일을 저질렀다.
솔직히 화가 났다. 배움의 기회는 평등해야 하는 게 아닌가?
우리 세대는 하기싫다고 부담된다고 징징대면서 떠먹여주는 것만 낼름낼름 받아먹었다. 이제 와 새삼 손에 쥐여진 걸 내려다보니, 그건 귀찮고 지긋지긋한 문제덩어리가 아니라 어떤 경우에도 이용가능한 마법의 툴이었다.
가만히 앉아만 있는데 막 그냥 지식이 넝쿨째 굴러와 그냥! 이 띨띨이가 이게 얼마나 복터진 일인지 모르고 먼산이나 보고 멍때리고 꾸벅꾸벅 졸고 몰래 그림그리거나 딴 책 보거나 만화책보거나 도시락까먹거나 수시로 땡땡이에 결석에 지각은 맡아놨고... 노답. 아니, 매가 답. 내가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건 공부 진짜 열라 안했기 때문일지도. 난 성적떨어졌다고 잔소리들은 적 한번도 없지만 이것때문에 울며 힘들어하던 친구들에게는 숨막히고 벗어나고싶은 감옥이었으려나.
(이미지출처 : http://scienceon.hani.co.kr/36863)
근데 솔직히 나만 그런거 아니었다... 미술학원 강사 일을 잠깐 해보거나 과외를 해보거나 했는데 와 진짜 동기부여 안된 사람 머리에 뭘 집어넣으려고 애쓰는거 진짜 힘빠지고 허탈하고 효율도 없고 죽을맛임. 차라리 인형눈을 달고 말겠다고 때려치면서 선생님들은 다 '신' 급이구나 했었다. 나같은게 가르치긴 뭘 가르쳐 ㅋ
라고 생각했는데 고사농 교육생분들한텐 왜 이렇게 가르쳐드리는게 즐겁고 쉬운지, 너무 의외라서 좀 어안이 벙벙했다.
수업분위기의 온도차를 피부로 느끼면서 나한테는 당연한, 내가 태어나서부터 내 것인 양 이용해먹고 있는 지식들이 어디에서 왔는가를 생각하니 소름이 돋았다.
부모님 세대(베이비붐 세대보다 범위가 좀더 넓은데 시니어라고 하면 그것도 좀 아닌거가틈)는 만족할 만큼 배우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우리 세대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는것으로 달래오셨다. 못내 그게 한으로 맺혀버렸다는 분들을 뵙기는 어렵지 않다.
기적같은 아니, 심지어 살인적인 속도의 경제발전이 가능했던 건, 건강과 목숨까지 댓가로 치러가며 치열하게 살아오신 부모님세대의 노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운좋게 다음 세대로 태어나 그로 인한 과실들을 누리기만 했을 뿐이다. 우리 세대의 별명으로는 등골브레이커가 좋겠다.
난 아님. 난 이 세대도 아니고 노페패딩같은거 없...지만 재수를 하고 미술학원을 다녔지... ㅠㅠ
(이미지출처 : http://nanaconte.tistory.com/374 원출처는 기안84님의 패션왕으로 추정)
하지만 지금은 암에프이후 꾸준히 진행되는 취업난과 양극화가 차례대로 크리티컬 콤보를 먹이며 모든 세대를 후두려패고 있어서 에듀푸어니 88마넌 세대니 뭐니 또 삼천포 아 집어쳐
(강사분이신 전 고사농 회장님. 하나라도 더 가르치시려고 애쓰시는게 눈에 보임)
암튼 내가 저지른 실수는 급기야 수업의 진도를 방해하고 분위기까지 흐렸다.
뭔 짓을 했냐고? 강사님과 상의도 없이 교재를 제작해 배포했음.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이미 수업생분들의 손에 ㄷㄷㄷㄷㄷ
그리고 심지어 그 내용이 지금 진행되는 수업과 상충되는 부분이 있다. ...웃을수가 없다. 이렇게 대놓고 어그로끌며 탱커짓해놓고 나니 막 지혼자 그냥 p가 쭉쭉 닳는다;;;
으으... html 직접편집... 미처 생각도 못했...ㅠㅠ
기특한 소리 줄줄이 늘어놨지만 결국 내가 한 건 수업방해.
혼선을 일으켜 죄송합니다. 의도적인 게 아니었어요...
나의 대활약개설레발로 진도에 급브레이크가 걸린 순간조차 있었다. 사이드카가 발동되며 수업은 혼란의 카오스로.
나는 실수를 만회할 수 있을까?
만회랍시고 html 언어에 관한 교재를 찾아본들, 아니, 그니까 교재는 이제 집어치라고!
오늘밤도 이불속에서 홀로 업사이드킥 연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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