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사이버농업인회 홍보동영상 제작기

고사농에서는 매 해 정월 무렵에 윷놀이를 하는데, 윷놀이라고 해서 그렇지 요고 생각보다 꽤 비중있는 행사임.

그래서 이번 윷놀이 땐 고사농 홍보용 슬라이드를 만들어서 상영을 한번 해보면 어떻겠느냐는 회장님의 야심찬 제안에 동조하여 어설프나마 막 아이디어를 내고, 그러면서 대충 어떻게 만들어야 할 지 구체적으로 상상하고 하다 보니

어느새 각잡고 동영상의 소스를 준비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게다가 뭐든 시작은 미미하게 해놓고, 무의식중에 점점 창대하게 스케일을 키워나가 결국 빡센 삽질의 테크트리를 타고야 마는 내 성격상

(이미지출처 : http://blog.naver.com/koreadist/20071673723)

일이 점점 커지네여... 나 대체 뭐하는거임;;;

길어지면 지루해서 아무도 안본다고, 2분 내외로 짧게 해야한다고 의견을 냈던 주제에

막상 나레이션을 위한 대본을 작성하고 읽어보니 7분이 넘어가는 위엄. 본격 대통령 취임식을 할 기세.

식겁해서 잔가지를 팍팍 쳐냈지만 5분이 한계였다. 으아아, 앙대...ㅠㅠ

게다가 내가 쓴 글은 왜 이렇게 쓸데없이 발음하기 힘든 단어의 조합으로만 구성돼있는건지, 가뜩이나 발음도 별로 안 정확하고 말도 느리고 어눌한 편이라 더듬거리지 않고 한 줄을 읽는것도 버거웠지만 삑사리나도 무시해가며 어떻게 더듬더듬 녹음은 끝냈다. ...아이폰으로... 노이즈제거하느라 또한번 식겁...

진짜 문제는 그때부터. 내용에 맞는 스틸컷을 어떻게든 찾아서 끼워넣어야 하는데

비슷한 이미지도 없엉 ;ㅁ; 어디에도 없엉 ;ㅁ; 검색해도 없엉 ;ㅁ;

결국 개연성은 포기하고 손에 잡히는대로 마구 이미지를 때려넣었다. 내 사진첩과 고사농 카페, 구글 이미지검색 가릴 계제가 아니었다. 퍼온 이미지 출처 표기도 일찌감치 포기.

잘 시간도 없어서 커피로 연명하며 눈이 해태가 되도록 이미지를 훑음.

다 저장을 안해서 그렇지, 뒤져본 사진이 5천장은 훌쩍 넘어갈 듯.

이게 대체 무슨 내용일까 말이 되기는 하는걸까 난 뭘 만들고 있는걸까 이건 뭐하는걸까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화면전환효과 삽입같은 건 엄두도 못 내고 밤을 거의 새다시피 하면서 만들어도 윷놀이 시간에 도저히 맞출 수 없을 것 같았다. 

결국 끝나기가 무섭게 한번 처음부터 죽 훑어볼 시간도 씻을 시간도 꾸밀 시간도 없이

인코딩을 걸어놓고 아무 옷이나 마구 주워입으면서 현장에서 정상적으로 재생되기만을 빌었다. 이상유무 체크할 시간도 없었다. 마구 밟아서 윷놀이 현장에 도착하니 이미 뭔가 진행되고 있는 중이었음... 문도 못 찾아 허둥대고 쿵쾅거리다 불쑥 들어가니 시선이 일점집중되어 당황해서 입으로 혼령이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http://youtu.be/0vWybO9xVaM

다행히도 빔프로젝트를 통해 어찌어찌 무사히 소리도 영상도 정상적으로 재생되고 난 걸 보고 맥이 풀려버림. 

수면부족으로 뽕맞은 사람마냥 몽롱한 상태로 행사에 참여. 늦게 온 게 미안해서 나름대로 뒤치닥거리를 한다고 했는데 그 상태로 윷을 던졌다간 삑사리크리로 우리팀 사람들을 내손으로 모두 골로 보내버릴것같아 윷은 안 건듬.

고사농 윷놀이 때 내가 찍은 유일한 사진. 아;;; 사진좀 많이 찍어둘걸 ㅠㅠ

그간 고생하신 전 총무님이 감사패 받으시는 장면인데 감사패가 없어진듯...;;;

고령 군수님이랑 찍은 사진. 그나마도 내가 찍은 게 아니라 군수님이 보내주신거;;; 동영상 보고 칭찬해주셔서 뿌듯...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