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같은 게 몰려오는 시기를 제외하면 대체로 시골의 공기는 맑다.
나는 맑은 정도를 다른 감각으로 느끼진 못하고, 오로지 시각에 의존해서 판단한다.
대구에서는 조금만 먼 곳이라도 부옇게 흐려져보이지만 이곳은 전용 세척액으로 방금 닦은 유리알마냥 풍경이 또렷하다.
넓은 하늘과 함께, 쾌청한 느낌을 주는 요소 중 하나이고 건강에도 분명히 도움이 되겠지만
이게 생각지도 않은 부분에서 단점이 있음.
대기를 오염시키는 것들이 없으니 태양빛이 아무 제약없이 그대로 통과하기땜에 뙤약볕이 쩐다는거...
앞집의 윤씨 아저씨네 꽃. 삶기고있는거같...
날이 따뜻한 겨울에도, 해를 등지고 서있으면 뒷꼭지가 지글지글 끓어오르는것같은 열기를 느낄 수 있다.
그리고 햇볕에 노출된 사물은 엄청난 속도로 바래지고 삭는다. 마치 레이져로 지져서 녹아내리는것같다.
오토바이 덮개도, 두꺼운 방수포도, 삭아서 흐물흐물 찢어지는 위엄;
이 땡볕은 여름에 절정을 이루는데, spf 50의 스포츠용 자외선 차단크림따위는 가볍게 통과해서 살갗을 태운다. 머리 바로 위에 화염방사기가 불을 뿜고 있는 것 같은 열기는 덤.
방구석에서 히키코모리짓을 하고 있어도 얼굴이 새카매지는덴 두손다들었당...
내 피부는 원래 흰 편이 아니고, 타기도 잘 타는 편이라 모자고 긴소매옷이고 전혀 소용없음. 사계절 내내 피부가 거무죽죽...;;
여름엔 특히 어디 놀다 온 사람같다. 결국 귀찮아서 대충 볕을 피하는 정도로만 지내는데 내가 까매지면 왠지 엄마가 싫어한다;;;;;;;;
안 타게 팔 좀 가리고 모자도 눌러쓰라면서 젊은것이 그냥 새카맣다고 머라머라 하는데
엄마 얼굴도 만만찮게 까만 게 함정ㅋ
별 일 없으면 거의 매일 산행하는 아빠도 까맣다.
본격 동남아 이주 가족 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진짜 솔직하게 말한다면 내가 막 피부가 타는거에 예민해서 철저하게 자외선을 차단하냐면 그런것도 아니다.
내키면 하고 귀찮을땐 안하고 들쭉날쭉하다 보니 살이 자꾸 타는것같다.
그리고 내가 직접 몸으로 느끼고 있는 건 아니지만, 난 개인적으로는 볕이 강해도 공기가 맑은 곳이 낫다고 생각한다.
살다 보면 온갖 종류의 오염의 위험에 노출되고 그중 일부는 몸에 축적되어 문제를 일으킨다.
대기오염이 어디에 어떻게 얼마나 해로운지 난 잘 알지못한다.
하지만 굳이 내 삶에 대기오염이란 위험한 환경 변수를 하나 더 추가시키고싶은 맘은 절대로 없다.
웰빙을 추구해서도, 맑은 공기를 동경해서도 아니다. 오래살고싶어서도 아니다.
그냥, 치워도 치워도 더러운 방에 있는 것보다 애초부터 깨끗해서 손댈것도 없는 방에서 사는게 나은것과 같다.
흐린날의 대구 동대구역. 비온 후였고, 대기오염이 어느정도 씻겨내려간 상태에서 찍은 것.
마찬가지로 흐린 날의 울집. 저 시뻘건 컨테이너는 지금은 오묘한 옥색으로 색이 새로 칠해졌당...
괜히 만들어보고 괜히 올려보는 울동네 전체 파노라마 사진. 울 동네가 이렇게 자그마하다. 그나마 우리집은 맨 우측에 뚝 떨어져있고... 내가 봐도 위화감없이 잘 붙여놨구나 ㅎ쓸데없는데서 발휘되는 프로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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