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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비슷한 거

그 때 그 음악 03 : beck - loser

이 노래가 빠져서야 쓰겠는가. 중2병의 송가로 쓰이기에 이보다 더 좋은 노래가 있을까 싶다. 아, 물론 노래가 중2병이라는 건 전혀 아니고, 걍 곡 분위기가 슬프게도 중2병들 컨셉질할때 떡밥으로 착취해먹기 아주 수월하더라는 소리임니다. 넵. 제 얘기ㅠㅠ.


요고 한번 듣고는 그냥 눈알이 뿅 튀어나오도록 반해서 몇달이고 이게 뭔 곡인지를 찾아 헤매었다. 


얼큰하게 약주 좀 자신 듯한 목소리로 대충 웅얼대는 랩과 왠지모를 게으른 느낌이 진득진득 묻어나는 곡의 템포와 진행, 자포자기해서 낄낄대는 소리를 연상케 하는 사운드까지 도대체 뭐 이런 게 다 있냐 싶을 정도로 기가 막히게 좋았다.


이 곡에는 곡이 유행하던 당시 미국이 처한 상황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좀 있다. 그런 거창한 얘기까지 나와야 하나 싶지만 그게 당시 내 정서랑도 맞물려있는 걸 어쩔거임;;; 에라 몰라 얘기가 우주 단위로 거창해지든 말든 어차피 자기만족을 위해 쓰는 글인데 그깢거 알게뭐야 썰 풀것도 열라 많고 작심하고 떠들어보자.


때는 너바나(니르바나라고 하고싶지만 지들이 글케 불러달랬으니 신조어 느낌으로 너바나라고 불러줌)가 한 건 쾅 터트려주고 펄잼이 거창한 변죽을 울려대면서 아닌밤중에 홍두께처럼 쳐들어온 얼터너티브가 기세를 몰아 영미권 락씬을 통째로 탈탈 털어버리던 시기였다. 


엠티비 제너레이션이란 말까지 만들어질 정도로 입지를 단단히 다져온 엠티비도 이 얼터 호황을 부추기며 락 좋아하는 인간들한테 제대로 천국을 보여줬다. 다른 걸출한 밴드들도 도대체 그동안 어떻게 그렇게 대량으로 매복해있을수 있었나 싶을 만큼 단숨에 개떼처럼 밀려나오는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을 정도였다. 축제분위기라는 말도 모자랄 그 황금같은 몇 년은 알싸한 잔향만 남겨두고 홀랑 사라진지 오래이지만 나는 그 그리운 시절을 일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좀비같은 슬래커들이 노래에 취해 밍기적밍기적 대충 살아가던 시기, 뇌는 제자리에 붙어있나 싶을 정도로 모자라고 찌질하고 비열한 비비스와 벗헤드가 세기의 영웅으로 추앙받던 시기, 그놈이 그놈같은 애들이 비슷비슷한 사운드만 확대재생산하면서 오랜 정체기를 겪던 락씬이 가뭄의 단비 정도가 아닌 범람한 나일강처럼 비옥해졌던 시기. ㅠㅠ


그 시기의 풍요로움과 즐거움은 물건너건너 미대가려고 준비하던 어느 꼬꼬마 하나를 정밀폭격했다. 그렇잖아도 공부와는 담쌓고, 하고싶은 뻘짓이란 뻘짓은 다 해보면서 매일을 잉여롭게 살고있던 나는 그 시기를 즈음해서 엄마에게 워크맨 하나를 선물받았다.


비싼 물건이라, 사 내놓으라고 조른 적도 없고 내가 가질 수 있을거라 기대도 안했던 워크맨. 내가 음악을 광적으로 좋아한다는 걸 어필해본 적도 없고 뭐가 갖고싶냐는 질문에조차도 차마 입에 올리기 뭐해서 그냥 스루했던 물건.


엄마는 도대체 그걸 왜 내게 사줬을까? 아무 징조도 없이, 어느날 무슨 시금치 한 단 건네듯 대충 던져준 워크맨은 쌩뚱맞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엄마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가뜩이나 공부도 못하는 학교에 들어가서 거기서조차 공부라곤 선생님들에게 얻어맞아가면서도 징그럽게 안하고 성적은 꼴찌를 기어다니는 딸이 '워크맨이 있으면 내 세상은 얼마나 달라질까?'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걸.


워크맨은 나의 세상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나는 그 놈으로 인해 얼터의 부흥기에 합류하여 안착할 수 있었다. 다른 건 아무래도 좋았다. 재수를 했다. 그래도 좋았다. 아마 삼수를 했었어도, 일진에게 걸려 셔틀질을 했어도, 그래도 좋았다고 말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내겐 워크맨이 있고, z-rock이 있고, beck의 loser가 있었다. 그 곡은 거지같은 하루의 마취제였고, 고만고만한 하루의 흥분제였고, 즐거운 하루의 이유가 되었다. 그 곡의 맛깔나는 자학이 주는 쾌감에는 묘한 힘이 있었다. 어디가 뒤틀린 건지, 대체로 불건전한 곡을 좋아하는 내게는 에너지원도 참 어이없는 곳에 있어서 그런 곡들을 들으며 재충전을 하고는 했다.


그렇게 골 빈 대학생 하나는 워크맨으로 맨날 loser를 들으며 즐거운 생활을 영위했습니다, 로 잘 끝날뻔한 얘기에는 후일담이 아직 더 있다. 와, 도대체 이 아무래도 좋을 얘기에는 끝이란 게 없네!!!


어느 날, 광고의 이해라는 교양 수업을 듣는데 교수님이 여러 편의 티비 광고를 보여준 후 그 중 한 편을 분석해오라고 하셨다. 근데 근데근데근데 그 중에 무려 엠티비 광고가 껴있고, 그 광고에 말미에 나오는 곡이 loser... 이런 미친ㅋㅋㅋㅋ


http://youtu.be/hWWS4tkcB5w


광고 자체는 매우 조잡하고 괴상했다. 

촌구석이라는 말이 민망할 정도로 정말 주위에 나무말고 아무것도 없는 누추하고 좁은 창고같은 집에, 반은 거지같은 차림새의 어디가 많이 모자란 듯한 삼형제가 산다. 

이 삼형제는 거저 줘도 안가질 코딱지만하고 거지같은 티비로 엠티비를 본다.

그리고 취미삼아 레슬링도 하는데, 집구석이 워낙 좁아서 멋진 엎어치기 이런 기술을 쓰는 게 아니라 그냥 뚱뚱한 애들끼리 한덩어리가 되서 엉겨붙어 낑낑대는 꼴이 잠깐 비쳐지는 게 전부다.

그리고 엠티비를 보지 않아서 실수를 하는 막내는 유행에 뒤쳐진다며 맨날 궁뎅이 까여서 패들(노 같은 거)로 한 대 얻어맞는다. 맞은 자국의 실루엣은 선명한 엠티비 로고 모양으로, 이걸 클로즈업하면서 광고가 끝난다. 손캠으로 대충 찍은 거지발싸개같은 화면흔들림과 노이즈, 구도따위 신경쓰지 않는 대범함이 동영상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광고에는 나레이션이 흘러나오는데, 이거 내용이 또 제대로 어이가 없다. '누구누구네 형제는 최신 유행을 압니다. 엠티비를 보거든요. 엠티비에는 최첨단의 유행이 다 나옵니다. 이들은 레슬링도 즐길 줄 압니다. 그런데 막내는 엠티비를 안봅니다. 그러다 유행에 뒤쳐져 형들에게 맞습니다. 엠티비를 안 보면 유행에 뒤쳐집니다. 엠티비를 보세요.' 대략 이런 내용. 실제와 많이 다를 수 있음. 기억잘안남ㅋ


뭐 이런 거지같은 게 다 있나 싶어서 같이 본 학생들이 어이없다는 듯이 피식거리며 웃었다. 이 광고는 표면적으로는 공포에 소구하는(엠티비 안보면 유행에 뒤쳐진다)척 하지만, 사실은 유머에 소구하는 광고이다. 형제들의 꼬라지는 이미 유행이고 나발이고 이전에 저것들 밥은 먹고 사나 싶을 정도로 짠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광고의 bg로 깔리는 음악들은 우습지 않다. 


이 광고는 유행이라는 키워드를 신랄하게 비꼰다. 쿨함, 멋있음, 간지, 의미심장, 광고로 인해 환기되는 소비후의 멋진 삶의 이미지 따위 엿먹어라 하는 광고이다. 이 광고는 영리한 방법으로 유행을 충실히 따라갔다. 개러지 사운드와 시애틀 그런지를 위시한 얼터너티브 장르는 비주얼에 신경쓰지 않는다. 락커라면 환기되는 기존의 이미지-긴 머리, 징박힌 검정가죽재킷과 팬츠, 현란한 피어싱, 기괴하고 소름끼치는 화장 등은 얼터의 유행 이후 철저하게 '촌스러운 것' 으로 전락해버렸다. 이 시대 이후부터 대부분의 락커들은 집앞 슈퍼갈때의 차림같은 오래입어 늘어난 평상복 따위의 아무 옷이나 주워입고 무대에 올랐다.


또한 이 시기는 '직업을 갖지 않는 게 쿨한' 한량이미지가 지배하는 시대였다. 번듯한 회사에 취직해서 깔끔한 화이트칼라로서 살아가는 게 컨베이어 벨트에 오르는 멍청이나 하는 짓이라는 뭐 그런 분위기였다. 기존의 가치와 아름다움, 자본을 끌어들이는 수법 등은 얼터너티브의 유행과 함께 빠른 속도로 전복되었다. 더럽고 노이지하고 게으르고 나태하고 그런데 뭐 어쩌라고. 기존 가치관 다 엿먹으라그래ㅗㅗ 이러면서 건들대는 게 멋있는 시기였던 셈이다.


이 광고에 사용된 음악은 지금은 다른건 하나도 기억 안 나지만 전부 이런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음악이었다. beck의 노래도 그랬다. 직장 안 구하고 슬래커질하고 돌아댕기면서 약이나 빨고 자학이나 하는 잉여들의 주제가와도 같은 노래였다. 정작 beck은 인터뷰에서 '나 그런사람 아니에여 ㅠㅠ 진짜 잠도못자고 쌔빠지게 알바하고 안해본 거 없이 온갖 일 다 해보고 딴엔 얼마나 바지런떨면서 돈모을려고 발버둥쳤는데 왜 슬래커가 나올때마다 내노래 내보냄? 완전억울ㅜㅜ' 하면서 불만과 울분을 자주 토해낸 바 있다. 그렇거나 말거나 loser는 그런 세대를 상징하는 가장 대표적인 노래로서 기능했다.


이렇게 슬래커 감성으로 범벅시킨(당시 유행했던 비비스 앤 벗헤드도 매한가지) 엠티비의 광고영상은 그 시대의 유행을  반영하고 있었지만 그런 태평성대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이내 휘리릭 사라져버렸다.


얼터너티브는 어느새 기존 가치관과 미학에 대한 대안은 커녕, 동어반복만 되풀이하고 있었고 한량 이미지 팔아먹으며 장사하던 애들도 서서히 단물이 빠져갔다. 길게 갈 유행은 아니었던 셈이다. 어쩌면 '실제로 먹고살기 힘들어져버려서' 더이상 털털하고 가난한 컨셉질을 하기가 어려웠던 건지도 모른다. 얼터의 태동은 90년대에 세계적으로 불어닥친 호황이 지속되던 시기와 일치한다.


내가 진짜진짜 싫어하는 offspring(얘네들 가사 죄다 엄마잔소리. 정말 짜증남)은 baby why don't you get a job? 이라는 노래를 불러대면서 얼터너티브와 슬래커의 시대도 이제 한물갔음을 직접적으로 드러냈다. 근데 실은 이때부터 직업 구하기가 조금씩 더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와 근데 나 미쳤나봄. 글 완전 기네. 리얼 미친듯.


은 마지막으로 한개만 더.


웹상에서 우연히 beck의 loser를 아는 놈을 만났는데, 이녀석이랑 베프먹게 됨. 같이 음악얘기하고 그러다가 얘는 알아주는 공연기획자로 변모해서 성공가도를 죽죽 달리고 있음. 락페 하나 지 손으로 만드는게 꿈이라는데 아이고, 듣는 내가 골치가 다 대신 아프다. 


나는 이 애의 과거 여친과도 베프를 먹었는데 나랑 같이 락페 댕기는 친구임. 그리고 이 친구를 통해서 일명 '뒷통수' 를 알게 되었음. 락페 친구와 뒷통수친구와 나 셋은 셋다 여자로 서로 미친듯이 어울려 놀고 댕겼음.


소중한 인연 만들어주신 뷁선생님 감사합니다.


(이미지출처 : http://images.fanpop.com/images/image_uploads/Beck-beck-548503_1024_768.jpg)


beck - loser


In the time of chimpanzees I was a monkey
butane in my veins and I'm out to cut the junkie
with the plastic eyeballs, spray-paint the vegetables
dog food stalls with the beefcake pantyhose
kill the headlights and put it in neutral
stock car flamin' with a loser and the cruise control
baby's in Reno with the vitamin D
got a couple of couches, sleep on the love-seat
someone came in sayin' I'm insane to complain
about a shotgun wedding and a stain on my shirt
don't believe everything that you breathe
you get a parking violation and a maggot on your sleeve
so shave your face with some mace in the dark
savin' all your food stamps and burnin' down the trailer park
Yo. Cut it.

Soy un perdedor
I'm a loser baby, so why don't you kill me?
Soy un perdedor
I'm a loser baby, so why don't you kill me?

Forces of evil on a bozo nightmare
ban all the music with a phony gas chamber
'cuz one's got a weasel and the other's got a flag
one's on the pole, shove the other in a bag
with the rerun shows and the cocaine nose-job
the daytime crap of the folksinger slob
he hung himself with a guitar string
a slab of turkey-neck and it's hangin' from a pigeon wing
you can't write if you can't relate
trade the cash for the beef for the body for the hate
and my time is a piece of wax fallin' on a termite
that's chokin' on the splinters

Soy un perdedor
I'm a loser baby, so why don't you kill me?
(get crazy with the cheese whiz)
Soy un perdedor
I'm a loser baby, so why don't you kill me?
(drive-by body-pierce)
(yo bring it on down)
soooooooyy....
(I'm a driver, I'm a winner; things are gonna change I can feel it)
Soy un perdedor
I'm a loser baby, so why don't you kill me?
(I can't believe you)
Soy un perdedor
I'm a loser baby, so why don't you kill me?
Soy un perdedor
I'm a loser baby, so why don't you kill me?
(Schprechen sie Deutches, baby)
Soy un perdedor
I'm a loser baby, so why don't you kill me?
(Know what I'm say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