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뻘글

피서지에서 생긴 일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8. 4. 17:56

tiffany-1


은 무슨. 아무 일도 안 생겼다. 단지 다녀온 것 뿐이다.


가서 사진도 안 찍고, 3시간도 못되는 시간동안 물에서 잠깐 논 게 전부였다.


장소는 뜬금없게도 마지막으로 갔다온 게 언제인지도 까마득한 스파밸리였다. 아마 논 시간보다 왔다갔다한 시간이 더 길었을 것이다.


원랜 다녀올 일도 없었다. 바쁘기도 했지만 언제부턴가 놀러 다녀오는 걸 피곤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아마 회사다니면서부터였던 것 같다. 


회사 동료와 한번 테마파크에 놀러갔다가 놀이기구땜에 멀미가 나서 토하고 거의 반 혼절한 이후로 체력에 자신이 없어서 놀이기구는 피하게 되고 같은 이유로 등산도 피하고 그러다 보니 이것저것 다 겁내게 됐다.


게다가 서울에서의 경험 때문에 인구밀도가 높은 곳도 기피하게 되고... 그렇게 점차 히키코모리가 되어가는 나를 친구가 콱 덜미를 잡아다 워터파크에 꾸역꾸역 밀어넣어줬다. 


사실 이 친구랑은 맘이 잘 맞아서 락페스티벌이나 외국 밴드의 내한공연에도 자주 같이 가곤 했었기땜에 편했기에 망정이지, 안그랬으면 나가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나마도 가서 친구는 손바닥만한 온탕에서 나오지도 않을 기세였고 나 역시 놀이시설을 이용하는 것에 별로 열의가 없었다. 


그래서 유일하게 탄 게 이것.


...스피드 슬라이드라고 하는거였구나.


인증샷따위 없다. 둘다 폰도 디카도 지니고있지 않았다. 그렇게 정성껏 준비해서 놀러간 거 아니다.


저걸 타면 어떻게 되냐면, 쭉 잘 가다가 갑자기 중간에 부웅 뜬다. 그러다 엉덩이가 다시 슬라이드에 닿는다고 생각한 순간, 저만치 앞으로 콱 패대기쳐지게 된다. 그리고 콧구녕으로 물이 잔뜩...;;


올라가는게 사실 무지 힘들다. 계단이 끝도 없는게, 계단지옥이다. 그래서인지 무서워서인지 줄이 가장 짧았다. 아니, 사실 다른 것들과 비교하면 줄이랄 것도 없었다. 앞에 꼴랑 서너명이 대기하고있을 뿐이었다. 다른 것들은 반나절은 기다려야 탈 수 있을 기세였다.


결국 이거 하나 겨우 타고 (그나마 친구는 복장땜에 이걸 타지도 못했다) 온천에서 삭신만 지지다가 나왔다.


돈아까워! 우리 여기 왜 간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