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계절이 흘러흘러 도로 여름이다.
하지만 여전히 더운 물이 필요하고 전기요 같은 전열기구가 필요하다. 하루 안에 여름과 겨울이 공존하는 것 같은 이상한 날씨다. 사람의 성격에 비유하자면 양극성 성격장애같다.
하루와 일년이라는 주기 안에 기온이 양극을 오간다. 일교차가 심하다는 말은 이제 굳이 덧붙일 필요도 없다.
봄 같은 건 애초에 있지도 않았던 것처럼 사라져가고 있다.
이런 경향을 좋아할 사람이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난 이런 날씨 반댈세...
모르는 사람과 대화할 때도 소통가능한 날씨 얘기로 입을 떼는 건 굳이 오랜만의 포스팅이어서는 아니다.
나로서는 까닭도 모를(전문가들이 주로 동조하는 주류 이론이 있기는 할테지만 그게 뒤집어질때도 많으니까) 이 기묘한 변화는 내 정서에 분명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내가 하려고 하는 것에도 아마 변화를 끼칠 것이다. 기후의 변화는 장류나 효소의 제조에 꽤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한다. 아주 약간의 경향으로 시작해 점점 더 가속화되어온 이 변화가 내가 하고싶은 걸 앞으로도 계속 할 수 있도록 냅둬줄 것인가.
아니, 그 이전에 기후의 이런 급격한 변화에 인류 자체가 앞으로도 존속할 수 있을 지의 여부부터 먼저 질문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 '자연선택설' 에서의 선택은 인류를 어떤 식으로 바꾸어놓을까. 바뀌어진 그걸 계속 인류라고 불러도 좋을까.
괴상한 의문이 끝없이 이어진다. 어쨌든 밤이랍시고 개구락지가 개시끄럽게 울어대니 여름은 여름인가보다.
봄과 가을의 점차적인 소멸은 '여름' 이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던 인상이나 울림까지 희미하게 만들고 있다. 짜증난다. 내가 젤 좋아하는 계절이 여름이었는데...